여야 공로 다툼 격화 속 실무진 공 강조… ‘정쟁 진화용 메시지’ 해석도
정 장관 “정권 아닌 실무자 헌신”… 김 총리 “대통령도 장관도 없던 시기”
“성과는 모두의 것” 앞세운 치하 메시지, 정치화 방지용 발언으로 읽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0일, 정부가 론스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 소송에서 전면 승소한 것과 관련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취소 신청을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이 ‘성과의 주인공’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정 장관의 발언은 전임자의 결단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공로 경쟁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론스타 소송 승소는 국가적 경사”라며 “하지만 승소 이후 숟가락 얹기 논란이 일고, 과거 중재취소 신청을 둘러싼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한동훈 장관은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회의적인 시각 속에서도 가능성을 믿고 취소 신청을 결정했다”며 “소신 있는 결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중재취소 소송은 국정 공백기에 구술심리가 진행됐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마무리됐다”고 덧붙이며, 승소가 특정 개인이나 정권의 성과로만 비쳐지지 않도록 선을 그었다. 실무진의 노력을 앞세운 이 같은 메시지는 ‘성과의 정치화’를 경계하려는 신호로도 읽힌다.
정 장관은 “정치적 혼란기에도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한 법무부 직원들과 정부 측 대리인 변호사들의 헌신이 모여 승소를 이끌어냈다”며 “국운이 다시 상승하는 시점에서 모두 함께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유사한 톤의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번 승소는 대통령도, 장관도 없던 정치적 혼란기에 묵묵히 소임을 다한 분들의 공로라고 생각한다”며 “아침 일찍 이번 승소에 핵심적 역할을 한 분들께 감사 전화를 드렸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정홍식 법무부 국장, 조아라 법무부 과장, 김준희·김갑유·김준우 변호사, 전요섭 금융위원회 국장 등 실무진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분들이 진짜 공로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성호 장관님께는 치맥 파티라도 하시라고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도 귀국하시면 이분들을 치하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일은 정치적으로 시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누군가의 이름을 이유로 한쪽을 전부 매도하거나, 의례적 검찰 항소처럼 취소 신청한 것 외에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폄하할 일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한동훈 전 장관을 만나게 되면 ‘취소 신청 잘하셨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야를 넘나드는 공로 논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정부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실무진의 공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자칫 정치적 다툼으로 흐를 수 있는 ‘국가적 성과’의 상징성을 지켜내려는 전략적 메시지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