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 중심 병원 불매운동 움직임
"테러리스트 마냥 목숨줄 흥정 안돼"
휴진 병원 블랙리스트 목록 올리자
18일 참여하는 동네병원 거르겠다"

환자단체도 "의사 휴진 엄벌해야"
의료연대"환자 생명 바람 앞 촛불"
휴진 불참 선언 의사단체도 잇따라

의대 학부모들, 서울의대 교수에
"환자들 당장 불편에도 행동할 때"
교수들에 더 적극적인 투쟁 촉구
서울대 의대 비대위 17일 휴진 예고
"1000명 교수 중 400여명 휴진 동참"

대한의사협회의가 집단휴진을 선언하고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 동네 병원들이 휴진 동참을 예고한 가운데 환자단체 물론 일반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최근 온라인 맘카페를 중심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휴진에 참여하는 병·의원의 리스트를 공유하고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의견의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4일 대구 한 2차 병원에 라는 홍보물이 게시된 가운데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대학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집단 휴진 불참 의사단체가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4일 대구 한 2차 병원에 라는 홍보물이 게시된 가운데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대학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집단 휴진 불참 의사단체가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 성난 시민들 "이제는 국민이 나설 차례"

회원이 21만에 달하는 경기 화성시의 한 지역 인터넷 카페에는 지난 12일 "휴진하는 동네 의원 불매운동 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동참하겠다", "휴진 의원 명단을 올려 달라", "휴진 병원을 공유해서 동탄에서 더는 진료 못 하게 해야 한다", "국민이 나설 차례다"등의 댓글이 100건 넘게 달렸다. 

지역의 또 다른 인터네 카페에도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해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절박한 사람들 목숨줄 쥐고 흥정이다",  "18일 휴진하면 계속 할 것 같다. 아이의 진료기록을 떼서 다른 곳으로 옮겨두고 싶다", "대체병원을 알아 놓고 싶다" 등의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약 33만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세종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하는 18일 총파업은 도를 넘은 것 같다"며 "개인병원까지 참여시킨다는 것은 정부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국민 목숨을 사용하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가 "참여병원을 확인하고 제가 다니는 병원이라면 무조건 거르겠다"며 불매 의사를 밝히자 동조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의 인터넷 카페에서도 '문 닫고 쉬는 의원은 앞으로 계속 쉬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글이 올라왔으며, 하남시의 한 맘카페에서는 '18일 일일이 병원을 다니면서 확인한 뒤, 휴진 여부를 카페를 통해 알리겠다'는 글이 게재됐다.

◇ 환자단체 "휴진 땐 법과 원칙따라 엄벌"

환자단체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92개 환자단체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들은 이제 각자도생(生)을 넘어 각자도사(死)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동안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해 왔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연이은 집단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라며 "환자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제발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해 왔지만, 누구도 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 참담한 심경"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 회장은 "학문과 도덕, 상식이 무너진 이 사회의 엘리트로 존재했던 의사 집단에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겠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의사 집단의 불법 행동을 엄벌해 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의료계 내부서도 휴진 비판 목소리 고조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은 아픈 환자를 등질 수 없다며 집단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의협의 투쟁에 공감하지만 환자를 두고 떠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14일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18일 단체 휴진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협의체는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도 필수적인 수술에 필요한 인력은 병원에 남겠단 의사를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연대본부)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진의 휴진 결정으로 환자의 생명이 바람 앞의 촛불과 같아졌다"며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는 휴진이 아니라 의사의 환자 사망 방치이고 정부의 국민 생명 포기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 5대 대형병원(가톨릭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속 간호사들도 의대교수들의 집단휴진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서울대병원 간호본부는 최근 내부 간부 회의를 통해 17일 집단휴진으로 인한 수술·진료 일정 변경 업무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소속 간호사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나머지 3곳 간호사들도 조만간 ‘진료 변경 업무 불가' 입장을 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 의대생 학부모 "환자 불편해도 교수들투쟁해야"
반면 의대생 학부모들은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전면 휴진' 결정에도 더 적극적인 투쟁을 촉구했다.

의대생 학부모들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000명 중 400명만 집단휴진에 동참한다고 밝히자 "교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의대생 학부모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의 매니저는 전날 학부모 일동의 이름으로 '서울대 의대 비대위에 고함'이라는 글을 게재하고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알고, 어떤 사리사욕이 없는 분들인 것도 잘 안다"면서도 "다만 오늘의 환자 100명도 소중하지만, 앞으로의 환자는 1000배 이상으로 (중요하다), 당장의 환자 불편에도 지금은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다. 동참할 거면 흔들림 없이 앞서 주고, 돌아설 수 있다면 애초에 내딛지 않는 것이 모든 의대생, 전공의, 그리고 환자를 위한 길"이라면서 교수들이 나서서 결기를 보여주라고 요구했다.

한편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 강행을 예고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휴진에 동참하는 교수는 4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병원에서 대면 진료를 하는 교수는 10000명가량으로, 40%에 가까운 교수가 휴진하는 셈이다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세 곳에 소속된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한다는 방침이다.

가톨릭의대 교수들도 18일 집단 휴진에 돌입하고 20일에 추가 행동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며, 연세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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