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걸린 헌재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걸린 헌재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비리 의혹 사건 재판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을 근거로 사실상 중단되자, 이를 문제 삼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전날부터 이틀간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헌법 84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단한 것은 평등권 침해이자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사건 4건을 접수했다. 

모두 일반 국민이 청구한 사건으로, 청구인들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이유로 재판을 미룬 법원의 결정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헌법 84조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전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당초 18일에서 ‘추후 지정(추정)’으로 미뤘다. 

이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도 24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비리 의혹 사건의 공판기일을 같은 이유로 ‘추후 지정’했다.

기일 추정은 통상 기일을 연기하거나 속행하면서도 차기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해 사실상 재판이 중단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헌법 84조를 “재판도 소추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소추’에 기소만 해당되는지,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소추의 개념에 재판까지 포함된다”는 해석과 “소추는 기소만 해당된다”는 상반된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법원은 “헌법 84조의 해석은 각 재판부의 권한”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다른 재판부들의 기일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접수된 헌법소원 4건 가운데 전날 접수된 3건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 배당해 사전심사를 시작했고, 이날 접수된 1건은 아직 배당 전이다. 

헌법소원은 지정재판부가 청구의 적법 여부만 심사한다.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되고, 적법하다고 판단되면 전원재판부로 넘겨 본안 심리가 시작된다. 

헌재법상 사전심사 기간은 30일로, 늦어도 7월 9~10일쯤 본안 심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건 외에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 총 5개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어, 향후 헌법 84조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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