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한복 입자’ 제안에 여야 엇갈린 반응
민주당은 화합 강조, 국민의힘은 ‘입법 독주’ 항의
개헌·검찰개혁·예산안 등 100일간 강대강 대치 예고

제22대 국회 두 번째 정기국회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1일 막을 올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개원식을 열고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개원식은 시작부터 여야의 극명한 대비 속에 진행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한복 드레스코드’에 더불어민주당은 대체로 호응한 반면, 국민의힘은 검은 양복과 넥타이, ‘의회민주주의’ 문구가 적힌 근조 리본까지 착용한 상복 차림으로 맞섰다.
우 의장은 회색빛이 감도는 보랏빛 한복을 입고 의장석에 섰다. 그는 개원사에서 “K컬처 확산과 한국 문화의 상징인 한복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당의 입법 폭주에 항의하는 상징적 행동”이라며 상복 차림을 고수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 정치에 맞서 의회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심기일전의 의미”라고 밝혔다.

개원식장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도 한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전용기·모경종 의원은 갓과 도포를 갖춰 입어 눈길을 끌었고, 일부 의원들은 삼삼오오 기념 촬영을 하며 웃음을 나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두운 복장에 엄숙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 중 일부는 한복을 입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은 “정치적 의미는 없지만 갈등 상황을 더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장은 개원사에서 “여야가 새 지도부를 갖춘 만큼 책임 있는 논의와 협치를 통해 국민의 삶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헌을 언급하며 “늦어도 10월 초에는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반도 평화 결의안 채택, 산재 사고 국가 책임 확대, ‘K-IRA법’ 추진, AI 산업 육성 등 주요 입법 과제도 언급했다.
하지만 개원식 전부터 여야는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상복 차림에 “꼭 초를 쳐야만 속이 후련하냐”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민주주의는 이미 사망했다”며 맞받아쳤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사법·언론·검찰개혁 법안들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시대적 과제인 개혁 입법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 의사진행 저지 수단을 예고하며 정면 대치를 선언했다.
예산안 심사와 인사청문회, 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등도 충돌 지점이다. 민주당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정치 쿠데타 공범”이라며 압박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을 “포퓰리즘 재정 폭주”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2일에는 이번 정기국회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히는 인사청문회 첫 일정이 예정돼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나란히 청문회에 출석하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여야는 특히 최 후보자를 상대로 정책 능력은 물론 정치적 편향성 여부까지 정조준할 것으로 보여, 정국 초반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기국회 초기 일정도 윤곽이 나왔다. 9~10일에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15~18일에는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다. 추석 이후인 10월 13일부터는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각을 세운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는 입법과 예산을 둘러싼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