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북에 트럼프월드 세워달라”… 트럼프 “대화 기회 있을 것”
트럼프 “중국 함께 가자”… APEC 참석·김정은 재회 가능성 시사
“주한미군 감축? 지금은 말 못 해…우리는 친구”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회담 전 돌출 발언 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만남이 성사되자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약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회담은 경제·무역·안보부터 북한 문제, 주한미군, 한일관계까지 폭넓게 논의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6일(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약 2시간 앞두고 SNS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분위기를 경직시켰다. 이어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는 “한국 정부가 교회를 압수수색하고 미군 기지 정보를 수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발언했다.
회담 전부터 상대 내정 문제까지 언급한 트럼프의 ‘선제 압박’에 외교적 파열음 우려가 제기됐지만,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실제로 마주한 두 정상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가 “교회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묻자, 이 대통령은 “미군이 아니라 한국군을 상대로 한 특검 차원의 조사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는 “오해라고 확신한다”며 상황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의 ‘MAGA’ 구호를 언급하며 “다우존스 지수 상승이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었다. 새로 단장된 오벌 오피스에 대해 “황금빛이 품격 있고 새로운 번영을 상징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분쟁 해결에 노력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라면, 나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경제 협력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트럼프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을 가졌다”며 “미국 내 조선소에 투자해 선박을 건조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는 한국에서 직접 구매하되, 미국 내에서도 배를 만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함께 투자할 계획”이라고 언급하며 협력 확대를 시사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공식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방산 협력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우리의 군사장비를 많이 구매하는 나라”라며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트럼프월드를 세워 제가 거기서 골프를 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대화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화답했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직접 언급하며 “올해 안에 만나고 싶다”고도 말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 트럼프는 “일본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했지만, 한국은 위안부 문제에 집착해 양국 간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양국 간 문제를 많이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중국 방문 가능성을 묻는 말엔 “이 대통령과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가면 에너지도 절약된다”며 농담을 섞어 제안했고, 이 대통령도 “같이 가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선 “기지 건설에 막대한 돈을 썼고, 한국도 기여했지만 난 땅의 소유권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감축 구상과 관련된 질문엔 “우리는 친구니까 지금 말하긴 어렵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참석 가능성에 대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고, 김정은 또는 시진핑 주석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회담 말미엔 이 대통령이 방명록 작성에 사용한 만년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하며 유대감을 강조했고, 두 정상은 여러 차례 웃음과 악수를 주고받으며 회담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