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연구관부터 검사장까지 ‘사퇴 촉구’… 검찰 전방위 반발
‘공소유지 포기’ 내부 비판 확산… 중앙지검장 사의 표명
정치권도 강공… “휴가도 관계 고려냐” 비난 쏟아져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로 확산되는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1일 연가를 내고 자리를 비웠다. 내부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노 대행이 거취를 고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행은 이날 하루 연차휴가를 내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중형이 선고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지 사흘 만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노 대행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대검 연구관(평검사)들은 "공소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고, 대검 과장(부장검사급)들과 부장(검사장급)들도 노 대행에게 사퇴를 요구하거나 경위 설명을 촉구했다.

대검 관계자들은 “단순한 하루 휴가”라고 밝혔지만, 일선과 본청을 가리지 않는 집단 반발 속에 노 대행이 사퇴 등 거취 문제를 두고 고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검찰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날에는 전국 일선 검사장 18명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행에게 추가 설명을 요구했고, 성남·안양·안산 등 8개 지청장들도 “검찰의 존재 이유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공개 비판에 가세했다.

법무연수원 신임검사 교육 담당 교수들까지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 안팎의 반발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7일 자정까지였던 항소 시한에 서울중앙지검이 끝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수사·공판팀은 항소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대검이 이를 불허했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과 의견이 달랐고, 관철하지 못했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노 대행은 “중앙지검장과 협의한 끝에 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입장 차이만 드러낸 채 논란은 더 커졌다.

법무부 외압 의혹도 사태를 키웠다. 노 대행은 전날 출근길에서 “장·차관의 항소 포기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검으로부터 항소 필요성 보고를 받은 뒤 ‘신중히 판단하라’고 했고, 노 대행과는 통화한 적도 없다”며 외압 가능성을 부인했다.

정 장관은 또 “예상보다 중형이 나왔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그 같은 판단이 항소 포기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도 강하게 반응했다.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은 이날 대검을 항의 방문해 규탄 시위를 벌였고, 장동혁 대표는 “검찰청 진입을 막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휴가도 용산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냐”며 노 대행의 휴가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고, 박수민 의원은 “항소를 포기하더니 출근도 포기했느냐”고 비난했다.

검찰 조직 전반에서 사퇴 요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노 대행이 언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사태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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