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18명 “항소 포기 경위와 법리 근거 납득 안 돼”
지청장들 “검찰 존재 이유에 치명적 상처” 성명
대검 연구관까지 사퇴 건의…“공소 유지 의무 스스로 포기”
노 대행 “법무부 의견 참고해 숙고 끝 결정”…정 지검장은 반박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두고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검사장과 주요 지청장들에 이어 대검찰청 연구관들까지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구체적인 설명과 책임 있는 거취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재억 수원지검장,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등 검사장 18명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들은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르게 된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해 다시 한 번 상세한 설명을 요청드린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입장문에는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분명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대검의 지시에 따라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고 지검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노 대행은 법무부 의견을 참고하고 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양측 설명은 엇갈리고 핵심 쟁점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입장문에는 전국 18개 검찰청 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그리고 앞서 사의를 밝힌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청장들도 집단 반발에 동참했다. 하담미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서부지청장 등 8개 차치지청 지청장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이번 항소 포기 지시는 검찰의 존재 이유와 핵심 가치에 심각한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중앙지검과 법무부의 설명만으로는 결정 경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수사·공판팀의 만장일치 항소 의견이 아무런 설명 없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검사장과 지청장에 이어 대검 연구관들도 노 대행을 비판하며 사퇴를 공식 건의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은 검찰의 핵심 기능인 공소 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라며 “노 대행의 공식 입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지검 수사팀의 항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 중앙지검과 법무부 간 의사 결정 과정의 사실관계를 국민과 검찰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라”며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노 대행은 논란이 커지자 입장문을 내고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중요 사건에서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절차에 따라 법무부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와 내용, 항소 기준, 사건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대검 판단이 일방적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지검장은 별도 입장문에서 “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날 수사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한 직후 사의를 밝혔다.

노 대행은 이날 오전 대검 청사로 출근하면서 ‘법무부 장·차관으로부터 항소 포기 지시를 받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 내부에서 검사장, 지청장, 연구관이 동시에 공개 반발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검찰 조직 내 갈등과 동요가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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